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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의추억
2017.10.19 08:14

파리 우동의 전설, 쿠니도라야

999-KUNITORAYA.jpg



그날, 점심식사를 건너뛰게 되었다. 신체 리듬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 밤과 낮을 거꾸로 살았다. 왜일까? 스트레스? 운동부족? 과로? 아마도 이 모든 것이 함께 종합 선물상자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로하면 우선 잠과 식사 리듬이 깨진다. 잠자기가 불규칙하게 되니 식사시간이 뒤죽박죽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는 파리-서울 항공편을 이용했을 때 겪어야 하는 혼란과 흡사하다. 파리 시간이 아닌 서울 시간 적응에는 며칠이 보통.

 

공복이라 오후 서너 시가 되자 배가 고파졌다. 어디에 가서 무엇으로 요기를 할 것인가? 그나마 사라졌던 식욕이 고개 들기 시작한 것만도 다행. 오후 어중간한 시간에 식사할 수 있을 식당은?

(그렇지. 일식, 한식집이 즐비하고 하루종일 논 스톱으로 여는 루부르 박물관과 오페라를 잇는 거리 뒷골목의 쌩 딴느 rue Saint Anne 외에 어디가 또 있으랴!)

그리하여 쌩 딴느 거리의 우동집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2017년 10월 현재 쌩 딴느 거리에는 근사한 우동집이 두 개 있다.

첫째는 파리 우동집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쿠니도라야(KUNITORAYA)

이 식당은 가히 파리 우동의 전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줄을 서서 오래오래 기다려야 간신히 먹을 수 있는 식당. 쌩 딴느 거리가 줄서서 밥 먹는 식당 거리가 되는데 원조 역할을 한 식당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식당은 수년 전, 쌩 딴느 거리를 떠나 살짝 돌아선 다른 골목에 위치한 빌레도 (Villedo) 거리로 이사한 후에는 식당 문 열기를 기다리거나, 앞 손님이 다 먹고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인내와 참을성을 위한 줄이 더 길어졌다.

비결은?

우선 국물이 시원하다.

다음, 국수발이 다르다.

냉동 우동국수를 사다 쓰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기계를 가져와 직접 우동국수를 뽑아내니 당연하다?

쌩 딴느 시절만 하더라도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논 스톱으로 열었지만 지금은 여느 식당들처럼 점심시간 저녁시간에만 문을 연다. 때문에 오전 12시 이전, 오후 7시 이전에 이미 많은 우동 식객들의 줄이 즐비하다. 골목길이 막힐 수준.

(이러면서 과연 우동 한 그릇 꼭 얻어 먹어야 하나?!)

비바람 불어 우산을 받쳐 들고 줄을 서 있자면 이런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데도 충성 우동 식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상에서 가장 맛 좋은 우동을 먹을 수 있는데 감히 불평할 수 있으랴)

치사하고 아니꼽기는 커녕 30분 기다려 뚝딱 10분만에 먹는 우동 국수발에 감지덕지.

 

몆 년 전이던가. 쿠니도라야(KUNITORAYA)가 예전 장소에서 지금 새 주소로 옮기면서 일본 교포신문 오브니(OVNI)에 전면광고를 낸 적이 있었다. 장사가 너무 잘되어서 매우 은둔하는 성향의 이 식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물랭지기는 이해했었다. 이 광고에서 처음으로 ‘파리 우동집의 왕’ 쿠니도라야(KUNITORAYA)는 자신의 이력을 소개했었다.

“교또에서 몇 대째 우동집 전통을 가진 저희 식당이 쌩 딴느 과거 자리에서 아주 가까운 새 장소로 이사하여 신장 이전개업을 합니다. 단골 고객님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 장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이로서 이 식당이 빛나는 전통의 역사를 가진 우동 DNA를 가졌음을 알게 되었었다. 새 장소에 가서 몇 번 시도를 하여 몇 번은 성공, 더 많은 수치의 경우에는 기다리다 지쳐서 아예 포기한 과거를 가졌다.

 

오후 4시에 찾아간 우동집은?

과거 쿠니도라야(KUNITORAYA)가 위치했던 자리(누군가가 과거 종업원 중의 한사람이 인수?)에 새로 들어선 쥬베(JUBEY). 선입관이나 과거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는 모른다는 전제하에서 과거가 명관. 그렇지만 왠만한 다른 중국 일본식당의 우동 맛보다는 우수하다.

이날 맛 본 메뉴와 지불한 가격을 보자.

-우동 : 12유로

-오뎅 : 8유로

-정종 : 9유로

(합계) 29유로

 

우동집에 가면 과거에는 일본인을 비롯한 한국인 중국인 등 국수 민족이 독차지.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확 바뀌었다. 파란 눈의 식객들이 더 많다. 동양인이 뒷자리 신세 수준이다. 이들은 줄서기 참을성에 관한 한 우리를 한참 앞선다. 그날 경우도 70% 파란 눈, 30% 까만 머리 분할. 어떤 프랑스 신문은 KUNITORAYA를 ‘유럽에서 가장 맛좋은 우동집’으로 소개한 바가 있다. (*)


-KUNITORAYA

5, rue Villedo 75001 Paris

01 47 03 07 74

-JUBEY

39, rue Saint Anne 75001 Paris

01 40 15 92 54


【프랑스(파리)=한위클리】신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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