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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의추억
2017.10.12 12:27

유로스타 해저터널에서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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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좌석 밖에 없다고요?”

혼돈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런던 유로스타 기차역에서의 일이다. 런던의 현장 기차표 판매 서비스는 파리보다 규모와 면적이 적지만 효율적이다. 인도 여성으로 보이는 안내원이 말한다.

“12시 15분 기차의 2등석은 만원이네요.”

지금 시간이 9시 45분. 원래 예약된 표는 14시15분. 그러나 런던에서의 일이 예정보다 일찍 끝났으므로, 물가 비싼 런던에서 어정거릴 이유가 없다. 오랜만에 타보는 런던 지하철을 경험 삼아 탔다가 유로스타역에 도착했다.

“할 수 없죠. 추가 요금 내고 12시 15분 출발 비즈니스석으로 바꾸겠습니다.“


유로스타는 프랑스에서 영국 땅을 왔다 갔다 하는 노선이니, 양쪽 두 나라에서 나온 출입국관리소, 세관, 보안 검색대 등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러자니 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관문을 다 통과한 뒤, 대기실에 가서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그런데, 어랍쇼! 비즈니스 경우는 세 개의 관문이 별도로 지정되어 줄을 안 서도 되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더 웃돈 내는 탑승객인지라 사람대접이 달라지는 것이다. 덧붙여서 일하는 사람들도 훨씬 더 친절하다.

세 번이나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언제일까?’ 목을 빼고 기다림과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파리에서의 2등석 파리 출발 때와는 달리 사뭇 다르다. 비지니스석 출국수속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져서 순식간에 대기실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어랍쇼! 또 놀랄 장면이 등장한다.

대기실 또한 2등석과는 달리 비즈니스 승객을 위한 공간은 겉모양부터가 사뭇 차원이 다르다. 비즈니스석 표를 보여주고 널찍한 공간으로 이동한다.


런던의 유로스타 비즈니스 승객 대기실은 1층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히 2층의 공간이 시원하다. 마치 항공사 1등석 승객들을 위한 공간처럼 커피 과일 과자 등을 비롯하여 각종 읽을거리들이 즐비하다. 물론 모두 공짜다. 인터넷 사용 공간에 충전 시설 등도 2등 대기실과는 비교가 안된다.

탑승객들의 면모도 색다르다. 우선 나이들이 지긋하고, 옷차림새 등 사회 중견 계층의 사람들 냄새가 솔솔 풍긴다. 물론 조용하다. 복작지껄한 2등석 대기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화하는 말소리들도 조근조근. 마치 도서관 독서실 분위기. 왁자지껄한 2등석 대기실과는 분위기가 딴 세상이다.


탑승시간은 출발시간 15분전부터 시작. 출발시간에 즈음하여 탑승한 뒤, 지정된 좌석에 착석한다. 2등석은 한 줄에 4명씩, 비즈니스석은 3명씩이다. 곧 이어 영어 불어가 섞인 안내방송이 나온다.

“파리까지의 운행시간은 2시간 15분. 곧 출발하며 열차 8호칸과 9호칸에 위치한 식당차를 많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등등...

드디어 출발시간. 슬슬- 일어나서 안내방송이 소개한 식당차로 이동하기 위하여 일어서려는데...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발견한다.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물수건을 나누어 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출발과 함께, 식당차로 가려고 한 이유와 사연이 있었다. 즉, 런던에 오는 열차에서 보니, 식당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꽤 많았다. 서비스하는 판매원은 단 한 명,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용객들이 적지 않아 주문하고 먹을 것을 전해 받는데 15분 안팎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경험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런던에서 파리로 돌아 올 때는 얼른 가서 줄을 서야지!) 더군다나 런던시간이 낮 12시 20분. 파리에 내리면 오후 3시 45분경이 되므로 늦장을 부리다가는 점심을 굶어야 할 가능성이 꽤 높다. (런던과의 시차는 1시간, 파리시간이 한 시간을 앞 서 간다) 어쨋거나, 난생 처음의 비즈니스석에서 물수건을 나누어 주기 시작하니, 어리둥절. 곁눈질로 다른 승객들의 반응을 눈치코치로 살펴보기.

(도대체 왜 비행기도 아닌 기차에서 물수건을? 중국식당도 아닌데.)

의심과 상상의 날개가 기차 천장을 날라 다닌다. 아니나 다를까. 물수건 팀이 지나간 뒤, 샴페인, 포도주에 각종 음료수 서빙 팀이 뒤따라 선물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수수께끼는 더 깊은 바닷 속으로 오리무중.

(물수건에 음료수까지 나누어 준다면, 그 다음 순서는?)

비즈니스석을 처음 타보는 승객으로서 그 티를 안 내기 위하여서라도, 흠흠- 궁금증에 빠진 모습을 혹시 다른 사람들이 눈치라도 채면 어쩔까, 안간힘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유럽 촌사람임을 자수하며 옆 승객에게 메주알고주알 물어보기도 창피할 일.

하여간에 작은 포도주 한 병을 잘 마시고 나자니. 킁킁- 드디어 고픈 배를 탁탁- 두들겨주는 음식 냄새가 솔솔- 기차 안을 채우기 시작. 영낙없이 비행기 안에서 나누어주는 점심식사가 풍겨내는 내음새일 것이 분명해졌다. 음식을 나누어 주는 카트를 끄는 봉사원이 복도에 나타나서 “연어를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소고기 메뉴를 드실까요?“ 묻는다.

(아하, 성질 급하여 멋도 모르는채 식당차로 이동하였더라면? 이와 같은 친절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기회가 고스란히 허공으로 날라갈뻔!)

그 사이, 기차는 영국 땅을 떠나 도버 해협 속으로 들어갔다. 양쪽 벽면이 모두 깜깜한 해저터널로 변하는 것이다. 바닷속 기차 속에서 샴페인에 연어 요리를 쌍칼로 음미한다? 전혀 상상 못했던 장면이 한편의 단편영화처럼 내 머릿속을 산보했다.


도버 해협 터널을 지나는 시간은 약 15분. 과거 한 호텔 고객으로부터 받았던 질문이 기억난다.

“유로.스타 해저 터널 창 밖으로 물고기가 보이나요?”

이 질문에 당시 두가지 생각을 했었다. 첫째, 정말 대단한 상상력을 가지신 분이구나! 

둘째, 진짜로 창 밖으로 도버 해저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오늘자 신문을 보자니, 한국에서는 서울-여수-제주를 잇는 해저 터널 고속철도 건설 계획에 대한 논의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래 서울-제주의 고속철도 해저 터널에서는 현해탄의 바닷속 물고기들을 수족관에서처럼 열차 창 밖으로 볼 수 있을까?


【프랑스(파리)=한위클리】신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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