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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지기의추억
2017.08.31 11:01

헐리우드 영화 셋트장이 된 몽마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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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경험 하나. 지난 주의 일이다.
물랭호텔이 헐리우드 영화를 위한 일부 촬영장이 된 것이다. 제작 감독이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세상이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미스터리의 시작은 한 통의 이 메일로 시작되었다.
“영화 촬영에 ‘물랭호텔’을 ‘징발’(?!)코자 합니다.”
발신자가 프랑스 영화사 ‘Peninsular' 영화사이다.
이런 이메일 편지는 8월에만도 2통을 받았다. 읽지도 않고, 이메일 휴지통으로 옮겼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흔한 일이니까.

그러나 상황은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심각해진다. 리셉션에 한 장의 메모가 붙었다.
“이 건에 대해서 직접 찾아 만나 설명을 하여 드리고자 합니다.”
그래도 무시했지만, 회신하지 않을 수 없게 사정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이틀동안 때도 시도 없이 정성이 꽉 찬(?) 여러명의 교차 방문과 이메일이 속사포처럼 떨어졌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라며, 이메일 첨부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보자 하니, 과연 심각한 내용이다.
 
- 8월22일부터 24일까지 영화 촬영을 위하여 이틀간 ‘물랭’의 간판 위에 다른 이름의 간판을 붙이는 것을 양해해 달라.
- 촬영은 24일 9시부터 3시까지이다.
- 촬영 후에는 원래 모습으로의 환원을 보장한다.
- 이를위한 보상비로 몇 백 유로를 지불할 것이다.
- 영화를 다 찍고 편집 후 6개월안에 다시 촬영을 할 수도 있다. 등등.
 
묻자하니, ‘물랭’ 거리의 이웃 까페.식당.호텔.창고 등 주인들에게 모두 똑같은 요청이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영화사의 제안을 수락한다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마쳤다.
더 미스터리한 상황은 그날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수십명의 인원이 이 좁은 몽마르트르 골목을 점렴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물론이고, 이웃 사촌들의 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 수 없었다. 30여명에 이르는 진행인.수리인.보안원들이 동원되었다. 이들은 50미터 안팎에 이르는 물랭 골목을 로마의 뒷골목으로 치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스터리는 멈추지 않는다. 진행요원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 이 난리인지요?
대답없는 씩- 입가 웃음과 난처한 표정.
“저도 모릅니다. 혹은 안다 하더라도 말씀 드릴 수 없는 계약 관계입니다.”
오리무중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때문에 동네 이웃사촌들간에 온갖 유언비어가 다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키키’ (KiKi)라는 이름을 가졌던 누드.모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일 것이다. 왜냐하면, 진행 코드가 ‘키키’ (KiKi)이다.”
실제로 곁눈질하여 보자 하니, 길을 막은 차단벽에 붙여진 명목이 ‘키키’ (KiKi)로 적혀있었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러면 왜 로마 거리로 몽마르트르 거리를 오픈.셋트장으로 바꾸는 어마어마한 수리보수 공사를 진행한단 말인가?
 
수십명의 작업인들이 열흘을 두고 간판 바꾸기. 페인트 칠. 화분으로 멋진 거리로 변화시키기 등이 진행되었다. 그 규모에 모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멜리’ 영화 촬영 때만 하더라도 전혀 이런 규모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영화, 어떤 제작자가 이토록 돈을 거리에다 쏱아댄단 말일가? 낭비도 이런 낭비가 또 있을까? 저예산으로 고소득을 올려야 하는 것이 영화 제작의 ABC 이라던데...)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어졌다.
(망하려고 미친 짓을 하려는 제작자일 것이 분명하다, 세무조사를 피하려는 헛 돈 쓰기 꼼수는 아닐까?)
드디어 지난 8월24일 영화 촬영의 날. 놀란 골목 이웃들의 놀란 눈은 더 동그래지고, 놀란 입은 더 찢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무려 물랭지기가 목격한 진행요원들의 수가 2백명. 내 눈으로 만나지 못한 구석구석의 보안 담당인.액스트러 등까지 합치면 조이 3백명이 되리라고 짐작한다.
 
추산컨대, 지난 열흘전부터 오늘까지 소요된 투자비가 최소한 1백만 유로에서, 또는 몇 백만 유로일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계산이 나왔다. 촬영은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실제로는 3시15분에 딱- 끝났다. 이 과정은 마치 잘 훈련된 특수부대의 군사작전과 흡사해 보였다. 관련인 모두가 시나리오와 기획서에 맞추어 척척-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촬영중, 또는 촬영 후에 진행요원과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모른다. 알더라도 말할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
 단, 퍼즐을 풀 수 있을 단어 딱 한마디만이 동네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클린트.이스트우드...)
 
수수께끼에 수수께끼를 더 한 미스터리는 더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키키’ (KiKi)는 무엇이며, 로마 거리는 무엇이며, 더 하여 ‘클린트.이스트우드‘ 까지?
 
귀신같은 추리력, 족집게 점쟁이라도 이와 같은 앞 뒤가 전혀 맞지 않는 미스터리의 조합을 풀어낼 수 있을까?
 
비밀은 다음날 새벽 잠자리에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며 깨쳐졌다. 열흘전 쯤, 일간지 ‘피가로’에서 읽은 몇 줄의 기사가 기억났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자.
 
“헐리우드의 전설적 배우.감독.제작자 클린트.이스트우드가 9월초 프랑스 북부 지방 Arras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몇 년전 벌어졌던 ‘TGV 열차 총격 테러‘ 미수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 촬영을 위해서이다.”
 
맞다. 시리아로부터 난민을 가장한 과거 프랑스 거주 아랍인이 브리쉘-파리 TGV에서 총격 테러 직전, 우연히 3인조의 미국인 군인.여행자.대학생에 의하여 격투 끝에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들 용감무쌍 영웅들은 엘리제궁에서 올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백악관에도 초대 받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영웅 칭호를 선사받았다.
 
클린트.이스트우드는 이 스토리를 영화화하는 것이다. 이 가설은 다음날 영화 제작 내용을 잘 아는 한 지인으로부터 재확인 받을 수 있었다. 이 희한하고 희귀한 미스터리 충만의 경험을 통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헐리우드 영화는 대개 프랑스 영화 예산의 10배, 100배 수준이다.
둘째, 미국은 영웅을 좋아한다.
셋째, 역시 클린트.이스트우드는 20세기가 배출한 세계 영화계의 거인이다.
 
 
‘피가로’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해당 영화는 초고속으로 단 몆 달만에 촬영이 끝난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는 이 영화를 2018년에 볼 수 있을 것이다. (*)      


【프랑스(파리)=한위클리】신근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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