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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 이 얼마 만에 바라보는 하늘인가? 이제 정말 가을은 깊어 아침저녁 일교차가 심해지는 긴 겨울의 길목으로 들어가는 11월이다.

11월이 시작되는 첫 날, 공휴일을 맞아 맑은 날씨에 마음이 동해, 모처럼 정원 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엄마~! 전화기가 울리고 있어!!” 아들녀석이 소리를 지른다. 이주덕 전한인회장님이셨다. 반가운 마음에 회장님~ 평안하셨어요?”, 라고 안부를 여쭙는 나의 경쾌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평소와 다른 느낌의 목소리다. 간단한 안부인사에 이어 안타까운 비보를 전해주신다.

 

.... 만세!!!”, 아흔이 넘으신 연세에도 하늘을 쩌렁쩌렁울리시던 선생님의 청푸른 목소리.

조국 산천에 참 평화가 속히 오기를 염원하시며 외치셨던 그 목소리. 매년, 31일 삼일절 기념식이 되면 언제나 만세삼창을 힘차게 선창하시던 그 모습 여전히 눈에 선한데언제 어디서나 넘치는 기개로 타향살이 고달픈 후배들에게 정신적 기둥이 되어주셨던 재불한인사회의 참다운 어르신 한묵선생님.

 

나라와 민족의 사랑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시고, 후배에 대한 사랑을 통해 민족애를 손수 실천하셨던 그 곧은 마음지금도 그 어른의 해 맑으셨던 하얀 미소~~!!’ 따뜻함과 온기 넘치는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인사회는 그 분의 존재만으로도 예술계는 물론, 많은 한인들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었다.

100세기념식을 함께 축하했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이 이렇게 가슴에 선하게 남아있는데그 어른이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인사회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어른이 오늘 오전 1030, 102세의 일기로 이 땅을 떠나신 것이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봤다. 모처럼 청명한 하늘은 그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항공기가 지나간 하늘 길들이 가로세로 십자가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도 100세를 넘기는 어른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재불한인의 한 분으로 100세를 넘기셨을 때, 한인사회의 큰 기쁨으로 축하해드렸던 그 시간이 이제는 감사한 추억으로 오롯이 남을 것 같다.

 

한 주일이 모자라는 1년 전, 꼭 이맘때다. 1110일 파리 8구 몽소공원에 자리한 세르누치박물관에서 선생님의 프랑스문학예술훈장수훈식이있었다. 원근각처에서 모여든 1백여명의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시던 그 자랑스런 순간의 그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주변에 모여든 낯익은 얼굴들을 둘러보시면서 간간히 웃으시던 그 정겨운 얼굴을...

 

그날, 가장 가깝게 그 분을 모셨던 이배선생이 낭독했던, 이우환화백의 한묵선생에 대한 가장 함축적인 메세지가 오늘 다시 떠 올라 이 지면에서 나누고자 한다.

고고한 학처럼, 절개있는 소나무처럼, 한 세기 넘는 질풍노도의 시기와 세상의 수많은 변화와 역경들을 겪고 지켜보며, 묵묵히 그리고 굳건하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지켜 온 한묵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재불 예술인들은 물론 프랑스 한인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각인되어질 것이다

 

그렇다. 재불한인사회가 전무후무한 시기에 그 기초를 마련하기위해 재불한인회를 세우고, 초대회장직을 시작으로 4대까지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셨다. 그리고, 명실공히 재불한글학교가 지금처럼 튼튼히 세워지도록 한글학교초대이사장으로서 그 길을 닦으셨다.

 

해외에서 한국화가로서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중심이 되어주셨고, 지금 재불한인사회의 초석을 다지신 분이다. 살아계시는 동안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오래도록 우리기억에 각인되어 존경받으시기에 합당하신 한묵 선생님의 타계소식은 재불한인분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할 것같다.

그 옛날아스름하지만, 한묵선생님을 떠 올리면 언제나 함께 클로즈업되었던 것이 있다. ‘시낭송이다. ‘늘 푸른 청년으로 우리에게 청산처럼 오래오래 기억되실 선생님 가시는 길에 한편 올려드리며필자의 온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드린다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이미아 / 에코드라코레 대표 : mia.lee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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